+. 평화



교사는 산길에 붙어있는 이정표와 같습니다. 이정표는 사람들이 왕래하는 데 방해를 줘서는 안 됩니다. 한 가운데에서 옆으로 비켜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정표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나무나 땅에 견고하게 붙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정표는 그 가리키는 방향이 정확해야 하고, 그곳에 쓰여 진 내용을 사람들이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정표 역할을 하는 교사는 학생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학생들 중심에 서기를 원치 않습니다. 옆에 있으면서 그들이 그들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정표 역할을 하는 교사는 온갖 시련이 닥쳐와도 자신의 길을 걸어갑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일 자신의 소명을 확인하면서! 이정표 역할을 하는 교사는 삶의 방향을 정확하게 가리킵니다.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 있으며, 자신의 그런 언행과 소신이 학생들에게 읽혀집니다. 일명,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함을 깊이 숙지하고 있습니다.

 

높은 산에 매달려 있는 이정표일수록 그 역할이 중대합니다. 사람의 生死를 좌우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의 왕래가 잦지 않다 하더라도 生死의 갈림길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면 그 역할을 어찌 가볍다 하겠습니까? 교사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기쁘게 수행합시다.”

 

이 글은 제가 대건고등학교 교목으로 근무할 때 선생님들에게 들려준 내용이지만, 원본은 사제서품식 때 새 사제들을 대상으로 한 강론을 제가 임의로 편집한 것입니다. 사람을 양성하고 살리는 일에 있어서는 사제직무나 교직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부관된 보편 사도직’(예언직, 왕직, 사제직)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교사들에게 한 훈화를 한 편 더 들어봅시다.

 

사제는 기대의 인간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사제에게 기대하십니다. 사람들도 사제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무거운 기대이지만, 겸손과 사랑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 기대를 채워줄 수 있습니다. 사제는 골고타 언덕입니다. 언덕이 있어야 십자가도 세워집니다. 그리고 성모님께서도 서 계실 수 있습니다.”(사제를 위한 기도 12) “교사는 학생들에게 사제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하느님께서도 기대하는 교사, 학부모와 학생들이 비빌 수 있는 언덕... 넓고 편안한 언덕이 되도록 우리의 사도직 역량을 키워갑시다.”

 

제대로 양성된 성모님의 군사’(성숙한 신앙인)가 한 명 더 생긴다는 것은 그 공동체와 이 사회에 축복입니다. 사람들이 비빌 수 있고 십자가가 세워질 수 있는 넓고 편안한 언덕이 될 것을 하느님께서도 기대하시고 사람들도 기대합니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을 신명나게 수행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