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11월 위령성월은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해 보다 집중적으로 기도하는 달입니다. 우리의 삶은 이 세상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고, 우리의 목숨은 이 세상을 끝으로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이 세상 삶은 저 세상 삶으로 연결되어 넘어가고, 눈에 보이는 이 세상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저 세상은 수레의 두 바퀴처럼 맞물려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세상에 사는 동안 자기 자신만을 위해 기도했다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이는 아마도 자기 자신 밖에 남아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사는 동안 수많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면,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는 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근본이 힘겨워하는 이들을 돕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연옥영혼들, 곧 단련교회에 있는 영혼들을 도와야 마땅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와 우리의 대속에 의해서만 변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교회는 3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이 땅에 살면서 하늘나라로 가기 위해 악과 투쟁해야 하는 투쟁교회와 연옥에서 단련 받고 있는 단련교회, 그리고 천국에서 영광을 누리고 있는 개선교회입니다. 11월 1일 모든 성인 대축일은 우리가 장차 가야할 개선교회를 기리는 날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개선교회의 구성원들을 공경하며 그들의 덕을 본받는 날이고, 11월 2일 위령의 날은 우리가 단련교회의 구성원들을 위해 대신 기도해 주는 날입니다. 이처럼 투쟁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개선교회와 단련교회의 구성원들과 서로 공로를 주고받습니다. 이것을 성인들의 통공이라 일컫습니다. 공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근거는,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라는 가르침입니다. 투쟁교회의 구성원인 우리가 단련교회 구성원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대사를 얻어주는 것인데, 이 시점에서 대사가 무엇인지 좀 더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2. 하느님과 함께 살기 위해서 우리는 거룩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태를 유지하기에 우리는 너무 어리석고 약하고 죄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받아야만 하는데, 하느님께로부터 주어지는 이것을 은총이라고 합니다. 은총은 크게 상존은총’(常存恩寵)조력은총’(助力恩寵)으로 나뉩니다. ‘상존은총은 말 그대로 항상 있어야 하는 은총입니다. 이 은총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데, 이 은총이 있어야지만 하느님의 천주성에 참여하고 성령의 궁전이 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가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라도 이 은총이 없으면 영원한 생명을 누리지 못합니다. 이 은총은 세례성사를 통해서 받게 되는데, 만일 유혹에 빠져서 혹은 나약함 때문에 대죄를 범하게 되면 즉시 이 은총을 잃게 됩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상존은총을 지니고 있을 사람은 몇 안 되겠죠?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시고, 교회 안에 은총을 간직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두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고해성사입니다. 잃어버린 상존은총은 고해성사나 상등통회로써 회복됩니다. 이 상존은총은 우리가 죽더라도 꼭 지니고 있어야 하는 은총입니다. 말 그대로 상존은총입니다. 이 은총이 있어야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은총은 누구에게도 양도될 수 없습니다.

 

3. 반면, ‘조력은총은 우리 영혼의 힘을 돕는 초성은혜로써 우리 마음을 움직여 항상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도록 돕는 은총입니다. 우리 본성의 힘으로는 영원한 생명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조력은총이 필요합니다. 이 은총은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데까지만 필요합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이 은총을 타인에게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로’(功勞)라는 것이 있습니다. 공로는 상급 받을 정당한 권리를 말하는데, 조력은총에 힘입어 선을 행할 때 얻습니다. 공로로써 받을 상급은, ‘은총의 더함과 하늘나라에서 받게 될 영광의 더함입니다. 마더 데레사 같은 분은 일생 하느님의 뜻을 따랐고, 하느님의 은총에 의지했으며, 인간적인 공로도 많이 쌓았습니다. 그러므로 마더 데레사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면 마더 데레사에게 주어졌던 조력은총과 공로는 없어지지 않고, 하늘나라의 창고에 쌓이게 됩니다. 마더 데레사에게 처럼, 성인들에게 주어졌던 조력은총과 성인들이 일생 쌓아올린 공로는 하늘나라의 창고에 차곡차곡 쌓입니다.

 

그런데 유사(有史)이래 성인들이 쌓아올렸던 수많은 공적을 다 모아놓은 것보다도 더 근본적이고 더 중요한 공로가 있으니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피 흘림으로 쌓아 올린 구속공로입니다. ‘은총의 관리자인 교회는 이러한 공로에 힘입어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사람들에게 특전을 베풀 수 있습니다. 대통령 이·취임식 때, 대통령의 특별권한으로 죄인들에게 특사를 베푸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여기에서부터 대사()’라는 개념이 나왔습니다. 다음에는 잠벌과 대사의 종류 및 대사의 수령 조건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