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앞에서 우리는 세 가지 형태의 교회, 성인들의 통공, 상존은총과 조력은총, 공로 및 대사의 출현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잠벌, 대사의 종류, 대사의 수령 조건을 살펴봅니다.

 

4.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자 서약했지만, 다시 예전의 잘못된 습관으로 되돌아가기도 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하지요. 고해성사는, 신앙인들이 세례성사 때 받은 은혜를 되찾고/ 하느님 앞에서 한 서약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그리스도께서 마련해 주신 은총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모든 행동은 개인적인 반성과 회개로 끝나지 않습니다. 잘못을 범한 후, 우리가 곧바로 뉘우쳤다고 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으로 인해 상대방이나 다른 이들이 생각지도 않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고해성사를 통해 죄를 용서받았고 주어진 보속을 다 실천했다고 하더라도 내 죄로 인해 상대방에게 준 피해는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교회에서는 잠깐의 벌혹은 남아 있는 벌이란 뜻으로 잠벌’(暫罰)이라고 부릅니다. ) 험담으로 피해 본 사람에게, 어떻게 보상해 줄 것인가?...

 

세상적인 이치로 따져본다면 사회에서는 범죄자에 대해서 그 죄의 경중에 따라 죄 값을 치르도록 일정한 형벌을 언도합니다. 그리고 형벌이 끝나면 모든 죄 값을 치른 것처럼 생각하지요. 하지만 그 형벌이/ 피해를 본 사람의 정신적 · 육체적 부분까지 치유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이 한 영혼이 부족함을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났을 때, 천주교에서는 그 영혼은 연옥에서 일정기간 단련을 받는다고 가르칩니다. 그 영혼이 연옥에서 단련 받는 기간은/ 살아있는 이들이 봉헌하는 연미사나 대사를 구하는 기도 등을 통해서 단축될 수 있습니다. 대사는 그 기간이 완전히 사면(赦免)되게 하는 전대사와 부분적으로 사면되게 하는 한대사로 구분됩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본인들의 잠벌을 털어버릴 수 있도록 전대사를 청해야 하겠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을 위해서는 본인들이 받은 전대사와 한대사를 돌려드림으로써 그들이 하루 빨리 하느님 품에 안기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5. 2차 바티칸 공의회는 대사 교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대사는 인간 구원 과정에 있어서 보조 수단으로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성혈 공로와 성인들의 넘치는 보속 공로로/ 신자가 현세와 사후에 연옥에서 받아야 하는 죄의 잠벌을 사해 주는 것이다. 죄를 범한 신자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고해성사를 통해 죄의 잘못을 용서받고 지옥의 영벌에서 벗어났지만, 자기 죄로 생긴 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러한 죄벌은 우선 고해신부가 부과하는 보속의 실천을 통해서 탕감될 수 있다. 그러나 죄인은 아직도 잊고 고백하지 못한 죄에 대한 벌이 남아 있을 수도 있고, 고해 신부가 지시한 보속이 죄에 비례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신자는 대사를 통해서/ 보속하지 못한 잠벌을 면제받고 영혼이 정화되어 구원받을 수 있다.” 자신의 죄를 제대로 고백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통회가 부족했을 수도 있으며, 보속의 실천이 미흡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잠벌이 남을 수 있는 것이죠. 대사는 남아 있는 잠벌을 모두 사면시켜 주는 것이지 모든 를 사면하는 특전이 아닙니다. 대사는 고해성사를 대신하여 를 사면하는 특전이 아닌, 고해성사 이후 보속의 부족한 부분을 사면시켜 주는 특전임을 꼭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6. 대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구별됩니다. 첫째, 효과면에서 전대사와 한대사로 구분됩니다. 둘째, 적용 면에서 생존자에게만 적용되는 대사와 생존자 뿐 아니라 연옥 영혼에게도 양보할 수 있는 대사로 구분됩니다. 생존자에게만 적용되는 대사는 대사가 결부된 선행을 실천하는 산 사람만이 받는 대사인데, 예를 들면 임종자가 받는 전대사가 그렇습니다. 그 외에 일반적으로 대사는 당사자가 받을 수도 있고 연옥의 영혼에게 양도할 수도 있습니다. , 살아있는 사람에게는 대신 얻어 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사람은 본인이 본인을 위하여 대사를 얻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기간 면에서 영구적 대사와 잠정적 대사로 구분됩니다. 영구적 대사는 기간의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는 대사로서 11월 첫째 주에 부여되는 대사 같은 것입니다. 잠정적 대사는 정해진 일정 기간 동안에만 얻을 수 있는 대사로서 25년이나 50년마다 돌아오는 성년이나 자비의 특별 희년때 주어지는 대사 등 입니다. 넷째, 매체 면에서 인격적 대사, 장소적 대사, 그리고 성물적 대사로 구분됩니다. 인격적 대사는 대사를 청한 사람이나 특정 단체의 회원들에게 수여하는 대사이고, 장소적 대사는 특정한 성당이나 경당 · 성지 등에 결부된 대사로서 그 장소에 참석한 사람들이 받는 대사입니다. 성물적 대사는 십자가 · 묵주 · 성패 등에 결부된 대사로서 이런 성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받는 대사입니다.

 

7. 그렇다면 누가 대사를 받을 수 있을까요? 세례성사를 받은 사람만 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신자나 파문 처벌자는 받을 수 없습니다. 일단, 대사를 받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대사 수여의 취지에 따라 지정된 선행을/ 정해진 시기에/ 합당한 방식으로 이행하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지정된 선행이란 고해성사, 영성체, 기도입니다. 대사가 부여된 날부터 8일 안에 고해성사를 받고, 영성체를 하며, 교황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어떤 기도든지 바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과 영광송을 한 번이나 다른 기도를 바치면 되지요. 그리고 특별히 지정된 성당이나 경당에 부여된 전대사를 받으려면, 그 성당이나 경당을 참배하고 그곳에서 정한 기도를 바치면 됩니다. 교회는 이렇듯 기회만 되면 특전을 베풀고 있는데, 혹시 여러분 중에 아직 한 번도 전대사를 얻어 연옥 영혼에게 양도한 적이 없는 분이 계신다면, 이번 위령성월에는 불멸의 선행을 쌓아 봅시다! (다음에는 대사의 발달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