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영혼이 자신의 눈을 들어 높이며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바라본다면, 그는 악의 그림자가 전혀 없는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신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위대한 사도 바오로는 머리이신 그리스도께 자신의 시선을 고정시켰습니다. 지금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고 존재하는 모든 이들도 그러합니다.

 

빛 속에 거니는 사람이 전혀 어둠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시키는 사람은 시선을 헛된 것에다 둘 수 없습니다. 자기 시선을 머리이신 분, 곧 만물의 근원이신 그리스도께 두는 사람은 온갖 덕과 온갖 선한 것에다 시선을 둡니다.

 

한편 순수한 투쟁에 임하고 참된 것들을 관상하는 데 몰두해 있지만 다른 이들로부터 맹목적이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사도 바오로는 자기가 그리스도를 위해 바보가 되었다고 말하면서 이 점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는 우리가 그렇게도 관심을 많이 두는 헛된 것들에다 자신의 슬기와 지식을 두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집도 먹을 것도 없이 헤매고 헐벗은 채 가난하게 지냈으며 굶주리고 목말라 했습니다.

 

더구나 그가 전교하러 다니다가 파선으로 거친 파도에 내던져지기도 하고 옥에 갇히고 매를 맞으면서 모욕당하고 사슬로 묶인 채 여기저기 끌려가는 것을 볼 때 누가 불쌍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겠습니까? 그는 이 모든 고초를 당하는 그때마저 자신의 시선을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떼지 않고 언제나 그분께 두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묻습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이 질문은 흡사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누가 머리이신 그리스도에게서 내 시선을 떼 내어 발아래 밟혀져야 하는 것들에다 두게 하겠습니까?” 그가 천상 것들을 추구하라고 말할 때, 그는 우리에게 그리스도께 시선을 고정시킬 것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 니사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의 전도서에 대한 강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