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자기 자신을 책하는 사람은 어떤 불편이건, 손해건, 모욕이건, 어떤 괴로운 일이건 자기에게 닥칠 때 그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또 그런 것을 자기가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것 때문에 조금도 마음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보다 더 평화로운 사람이 있겠습니까? 아마도 어떤 이는 반론을 제기할지도 모릅니다. “어느 형제가 나를 괴롭히지만 내 자신을 돌이켜 볼 때 그가 나를 그렇게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데 어떻게 나를 책할 수 있단 말입니까?”라고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세밀히 반성해 본다면 자기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점을 결코 찾아내지 못할 것이고, 자신의 어떤 행동이나 말이나 태도로 그런 계기를 유발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가 현재 그 모든 점에서 자기 잘못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다른 때에 그 똑같은 행동이나 또는 다른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 형제를 괴롭혔거나 또는 다른 형제의 마음을 거의 틀림없이 상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그 잘못이나 다른 곳에서 저지른 다른 여러 가지 잘못들 때문에 응당히 자신을 책해야 합니다.

 

또 다른 이는 이렇게 물을지 모릅니다. “내가 평화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데 한 형제가 다가와서는 기분 상하는 모욕적인 언사로써 내 기분을 상하게 했을 때 왜 나를 책해야 하겠습니까? 이 사람은 그것을 참지 못하고 자기가 성내고 불안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면서 그가 끼어들지 않았거나 말하지 않았거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자기가 죄를 짓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스운 말이며 무게 없는 생각입니다. 그 형제가 그 말을 했다고 해서 마음속에 분노의 격정을 집어넣은 것이 아니고, 다만 그 말이 이미 그의 내부에 있던 격정을 드러나게 했다는 점입니다. 이때에 그가 원한다면 그것은 회개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덜 익은 밀알과 같습니다. 겉으로는 싱싱하고 반짝이지만 바스러트리면 내부의 더러운 것이 나옵니다.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듯 평화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이 사람은 자기가 보지 못하는 격정을 내부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형제가 나타나 그에게 불쾌한 말을 한마디 던지면 그 안에 감추어져 있던 고름과 더러운 것을 토해 냅니다.

 

그가 자비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회개하여 자신을 정화시키고 좀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렇게 유익한 계기를 가져다 준 그 형제를 욕하는 것보다 도리어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런 사람에게 앞으로 유혹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가 진보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쉽게 유혹을 맞을 수 있고, 영혼이 진보하면 좀 더 용맹하고 강해져 어떤 어려움에 봉착한다고 해도 그것을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성 도로테우스 아빠스의 글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