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기도의 체험에 따르면, 기도에는 마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은 성장 과정이 있다.

 


1. 첫째 단계 빈말

 

이 단계의 기도는 기도가 모습을 갖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쁘게 형성된 기도다. 기도라고 여길 수조차 없고 기도라고 부를 수도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기도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이 기도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은 이런 식의 기도를 단죄하셨고 제외시켰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다른 민족 사람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마태 6,7)

 

그런데도 이런 식의 기도를 많이 드리고 있다. 아무렇게나 드리는 묵주기도, 급하게 드리는 미사, 아무렇게나 행하는 성사, 습관화된 영성체나 고해성사 같은 이 모든 것들이 너무 만연되어 있다. 이는 슬픈 사실이고 모순적인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한평생 이런 식의 기도에 묶여 살고 있다.

 

사실 빈말만의 기도는 기도의 암()’이라 할 수 있다. 암은 주사 한 대로 치료되지 않는다. 자신이 병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병에서 치유될 수 없듯이, 태평스럽게 자고 있는 사람은 이 그릇된 기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2. 둘째 단계 기도가 독백일 때

 

기도하는 사람이 하느님께 이야기한다는 것을 이따금씩 인식하고, 자기가 하는 말에 대해 약간의 조심을 하는 단계. 그에게 하느님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고, 살아 있는 하느님이 아니며, 감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곧 현존하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마치 존재하지도 않는 분과 같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 사람이 드리는 기도는 하나의 독백일 뿐이다.

 

흔히 사용하는 기도 방법이지만, 이것은 위험하다. 이렇게 기도하는 사람은 기도한다는 착각 속에 있지만, 실제로는 기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기도는 우리의 결점들을 개선시켜 주지 못한다. 시간만 허비하는 것이다. 병을 치료해 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양심을 무뎌지게 한다.

 


3. 셋째 단계 대화

 

이 단계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기도에 제대로 들어섰다. 하느님과 더불어 대화할 줄 알 때, 하느님께서 인격체가 되실 때, 듣고 우리를 보며 사랑하시고 우리 삶에 참여하시는 살아 있는 한 인격체가 되실 때, 이때에야 비로소 우리 또한 그분 앞에 존재하게 되고 그분과 통교하며 그분께서도 우리와 통교하실 수 있다.

 

기도가 뜨거워지고, 믿음으로 그분께 우리 문제를 맡겨 드리며, 그분의 말씀을 듣는다. 이 단계의 기도는 앞에서 말한 두 단계의 기도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앞의 단계에서는 기도의 중심에 우리 자신이 있었으나, 이제는 그분도 계시기 시작하셔서 우리와 하느님, 하느님과 우리가 기도의 중심에 있다.

 

이때 우정이 생기고, 양심성찰이 일어나며, 하느님과 우리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인다. 그래서 하느님이 우리 문제에 개입하실 수 있게 된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어루만지실 수 있다. 이 단계에 굳건히 있다면, 애덕과 의무에 대한 충실성과 악을 끊는 데 큰 진보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정신 집중이 필요한 문제이기에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하느님은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분이 아니시다. 하느님은 영이시고, 순수한 얼이시기에, 나 자신을 영적이고 사색하는 사람이 되게 할 때에만 그분께 도달할 수 있다. 노력이 요구되지만, 이 단계의 기도는 놀랄 만한 첫 결실을 가져다준다.

 


4. 기도의 실습

 

- 너 자신을 하느님의 현존 앞에 두라. 허공에 말하는 것을 피하라. 너의 기도가 참될 수 있도록 진리의 성령을 간구하라. “오소서, 창조자이신 성령이여, 제 안에 참된 기도를 마련하소서.”

 

- 너의 기도에 그리스도의 빛을 간구하라. 너의 문제들을 그리스도께 단순하게 말씀드리면서 그분께 네 마음을 쏟아 부어라. 자주 네 말을 중단하고 예수님께 이렇게 청하라.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의 종이 듣고 있습니다.” “예수님, 저에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 아버지와의 만남에 들어가라. 공기가 네 몸을 둘러싸고 있는 것보다 그분의 사랑이 더욱 너를 감싸고 있다. 침묵하고 사랑하라.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한 뚜렷한 어떤 결심이나 결정이 네 마음에 솟아났다면, 그때가 바로 아버지께 너의 선물을 바쳐 드릴 순간이다. “아버지, 제 뜻대로 마시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

 


5. 하루의 기도

 

모든 여유 시간에 기도하도록 힘쓰라. 여기 귀중한 간청 기도가 있다. “스승님, 제게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가장 적합한 시간에 이 시편을 묵상하라. 이 시편은 깊은 무력감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자기 신앙을 외치며,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하느님의 응답을 바라는 영혼의 기도다. 기도란, 하느님을 기다림이다.

 

시편 130,1-8

주님, 깊은 곳에서 당신께 부르짖습니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

제가 애원하는 소리에 당신의 귀를 기울이소서.

주님, 당신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님,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당신께는 용서가 있으니

사람들이 당신을 경외하리이다.

나 주님께 바라네. 내 영혼이 주님께 바라며

그분 말씀에 희망을 두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기보다

파수꾼이 아침을 기다리기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네.

이스라엘아, 주님을 고대하여라.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으니.

바로 그분께서 이스라엘을 그 모든 죄악에서 구원하시리라.


 

- 안드레아 가스파리노, 주님, 저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십시오, 114-120쪽 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