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를 변명하고 싶은데도, 부당한 취급을 받았는데도, 침묵을 지킨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보상도 못 받고 남들은 오히려 나의 침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는데도 남을 용서해 준 적이 있는가.

우리는 순명치 않으면 불쾌한 일을 당할까봐 두려워서가 아니라, 우리가 하느님과 그 뜻이라고 부르는 저 신비롭고 소리 없고 헤아릴 수 없는 분 때문에 순명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감사도 인정도 받지 못하면서, 내적인 만족마저 못 느끼면서도 희생을 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전적으로 고독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순전히 양심의 내적인 명령에 따라, 아무에게도 말 못할, 아무에게도 이해 못시킬 결단을, 완전히 혼자서, 아무도 나를 대신해 줄수 없음을 알면서, 자신이 영영 책임져야 할 결단인 줄 알면서 내린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감격의 물결도 더는 나를 떠받쳐 주지 않고, ----, 하느님을 사랑하면 죽을 것만 같은데도 하느님을 사랑한 적이 있는가.

하느님 사랑이 죽음 같고 절대적 부정 같아 보일 때, 아무도 전혀 들어주지 않는 허무를 향해 부르짖고 있는 듯할 때, ----, 모든 게 못 알아 들을 노릇이고 무의미해지는 듯할 때, 그래도 하느님을 사랑한 적이 있는가.

의무를 행하면 자기자신을 참으로 겨역하고 말살한다는 안타까움을 어찌할 수 없는데도,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 기막힌 바보짓을 않고서는 할 수 없을 것 같은데도 의무를 행한 적이 있는가.

우리는 아무런 감사도 이해도 메아리치지 않고, 자기 자신 "몰아적"이라 든가 떳떳하다든가 하는 느낌의 갚음 마저도 없이 누구에게 친절을 베푼 적이 있는가.

------ 칼 라너의 '일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