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1.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자,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빌라도를 찾아가 그분의 시신을 내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빌라도는 그의 청을 들어준다. 보통 십자가형을 받아 죽은 죄수들의 시신은 십자가에 방치해서 독수리의 먹이가 되게 하든지, 시신을 내렸을 경우에는 십자가 옆에 있는 구덩이에 던져 들개의 먹이가 되도록 방치한다. 이것은 시신을 훼손함으로써 내세의 부활을 믿는 유다인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통상적인 사례를 벗어나 빌라도가 예수님의 시신을 내어준 것은, 요셉이 산헤드린의 의원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인 이유는 아마도 그의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 것 같다. 빌라도는 예수님이 로마제국에 반기를 든 적이 없었고 수석 사제들의 음모에 휘말려 희생당한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 빌라도에게 예수님의 시신을 이양 받은 요셉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자신의 가족 묘지에 예수님의 시신을 안장한다. 가족 묘지에는 가운데 중앙 홀이 있고, 옆면에 시신을 넣어둘 작은 공간을 만들어 그곳에 시신을 모신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시신이 부패하면 그 뼈들을 추려 다른 한 면에 모시고, 다른 가족이 죽으면 그 시신을 종전의 방식에 따라 처리해 가족들의 시신을 차례대로 모시는 게 유다인들의 풍습이었다.

 

그런데 제자들이 무덤을 방문했을 때 예수님의 몸을 감쌌던 수의나 머리를 감쌌던 수건 등이 중앙에 흩어져 있었다는 것은 예수님의 시신을 옆면의 작은 공간이 아닌, 중앙 홀에 모셨다는 뜻이다. 이것은, 요셉이 자신의 가족 묘지를 오롯이 예수님을 위한 묘지로만 사용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 요셉이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가족 묘지를 제공할 때, 니코데모는 장례에 필요한 몰약이나 향료 등을 준비했다. 이때 니코데모가 준비한 향료는 100리트라로 약 34kg이나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 당시 임금의 장례에서나 사용될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이다. 니코데모는 그만한 향료를 당일에 다 준비하지는 못했을 테고, 산헤드린에서 예수님의 처형을 결정한 순간부터 준비한 듯하다.

 

4.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빌라도를 찾아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내어달라고 한 것이나, 니코데모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향료를 준비한 것을 산헤드린의 수석 사제들이 몰랐을 리 만무하다. 그들은 본인들이 그런 일을 할 때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니코데모는 1세기 유다인들 사이에서 이름난 율법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유다인들이 니코데모와 관련된 기록을 모두 삭제했기 때문이다. 요셉과 니코데모는 예수님의 죽음을 보고서 용기를 내어 자신들의 신앙을 드러낸 결과, 모든 것을 잃었다. 그들은 산헤드린의 의원 자격을 박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회당에서도 쫓겨났다.

 

5. 부활신앙이란 이렇듯 자신들이 가진 모든 것을 상실함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부활에 대한 믿음이다. 나의 부활신앙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지 돌이켜 보자!

 

- 송봉모,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261~ 272쪽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