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의 비오 신부님을 성인품에 오르게 한 것

 

 

923일은 오상의 비오 신부로 알려진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신부님 기념일입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등. 성인들 앞에는 다른 분들과 구별하기 위하여 그분이 태어나거나 활동한 지역의 이름을 붙입니다. 그렇다면 피에트렐치나(Pietrelcina)의 성 비오 신부님은 어디에서 태어났거나 활동한 분일까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었죠?^^ 그분은 1887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피에트렐치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분은 어려서부터 신심 깊은 아이였고, 191023살이 되던 해에 카푸친 작은 형제회 소속의 수사신부님이 되셨습니다. 그로부터 8년 뒤부터 돌아가시던 해까지 약 50년 동안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안고 사셨는데, 다섯 상처를 받을 때의 상황도 합리적인 영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추정컨대, 1차 세계대전에 참석했던 신부님은 전투 중에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하느님의 아픔을 느꼈고, 군 복무 후에는 세상의 회개와 보속을 위해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동참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 중에 갑자기 단말마의 비명소리를 지르며 쓰러지셨는데, 깨어나 보니 그분의 양 손과 양 발, 그리고 옆구리에는 예수님의 다섯 상처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분의 상처에서는 매일 차 한 숟가락 양의 피가 흘렀는데, 그 상태는 그분이 임종할 때까지 지속됐습니다. 이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입니다. 우리 몸의 상처는 낫거나 썩어버리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합니다. 그런데 아물지도 않고 썩지도 않으면서 그 상태로 50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지요.

 

어느 신자분이 신부님의 상처를 염두에 두지 않고 손에 힘을 주어 악수하자 신부님은 쓰러질 듯 고통스러워 하셨습니다. 너무나 당황한 그 신자가 신부님께 어느 정도 아픈지 묻자 신부님이 이렇게 대답했지요. “대못을 가지고 당신 손을 뚫어버리고 그리고 그 못을 삥 돌리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그 정도의 아픔을 느낍니다.”라고요. 신부님은 그런 아픔 중에도 익살스러울 정도의 유머 감각을 발휘하며 유쾌하게 사셨습니다.

 

신부님에게는 현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현상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발생했는데, 신부님이 가톨릭교회의 성인이 된 것은 그런 이적들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다섯 상처를 안고 50년 동안 살았기 때문도 아니었고요. 신부님은 교회 장상들의 잘못된 처분에도 불구하고 그 처분을 순명으로 받아들였고, 그토록 긴 처벌에도 불구하고 기쁘게 살아간 모습이 가히 가톨릭교회의 모범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피에트렐치나의 비오 신부님을 성인품에 오르게 한 것, 그분의 겸손순명그리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에 동참하고자 했던 그분의 사랑이었습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신비(神祕)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것은 바람직스럽고, 또한 지성인들이 추구할 만한 특성이지만, 우리 삶에는 합리성을 초월하는 영역도 있습니다. 합리성을 초월한다는 것이 불합리한 것은 아니지요. 그것은 단지 비합리적일 뿐! ‘불합리는 오류이지만, ‘비합리는 합리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을 다루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어느 정도 사랑하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지요?... 존재하는 것이고 또한 그것이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은 비합리적 영역입니다. 신앙에는 비합리적인 영역이 많습니다.

 

오상의 비오 신부님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내가 역사적 실존 인물이었음을 의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신부님에게 발생했던 수많은 표징에도 불구하고 돌아서서 금방 그 사실을 잊어버리는 사람들은, 마음 밭에 뿌려진 말씀의 씨앗을 키우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비슷해 보입니다.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신부님의 삶을 묵상하면서, 비합리적 영역으로 여겨지는 영원한 생명과 죄’, ‘사랑과 겸손’, ‘순명과 기쁨’, 그리고 삶의 여유등을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다.”(루카 8,8.10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