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예수님은 청원 기도에 대해서 아주 특이한 내용을 말씀하셨다. 예수님께서 청원기도에 대해 하신 약속은 특수하고 유일한 것이며, 강한 것이므로 깊이 살펴보지 않는다면 과장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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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님은 무엇보다 믿음을 요구하신다. 청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믿음으로 청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22)

 

기도의 열쇠는 믿음이다. 우리는 편지를 부칠 때 주소를 쓰고 우표를 붙이는 것에 신경을 쓴다. 주소를 정확하게 쓰는 것과 우표를 붙이는 것은 편지가 수신인 손에 닿도록 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도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믿음이다.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듯이 청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믿음으로 청해야 한다.

 

믿음으로 청하기 위해서는 깊은 사색과 하느님과의 친밀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하느님께 대한 깊은 확신과 자신의 미약함과 무능함에 대한 내적인 깨달음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믿음으로 청하기 위해서는 깊은 겸손이 필요하다. 이 점으로 보아 예수님께서 왜 청원기도에 대해 많이 말씀하셨는지 알 수 있다. 청원기도는 신앙에 대한 힘 있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청원기도는 신앙을 필요로 하고 신앙을 향상시킨다.

 

물론 물질적인 면에 있어서, 우리가 믿음으로 청했다 할지라도 들어 주리라는 확신이 없는 것들도 있다. 어떤 십자가는 우리에게 양식과 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하느님께서는 응답하지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십자가의 모욕적인 형벌을 거두어 달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청원 또한 들어주지 않으셨다.

 

그러나 믿음으로 기도를 한다면 하느님께서 확실히 들어주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는 것들은 무수히 많다. 정신적인 악에서, 나쁜 습관에서, 심한 나태함으로부터 치유되는 것이라든지, 이기주의와 교만에서, 곧 우리의 죄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지체 없이 들어주신다.

 

조지 뮐러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남겼다. 어떤 소년이 큰 짐을 지고 길을 가고 있었는데, 길에서 빈 마차를 만나 얻어 타고 가게 되었다. 얼마쯤 가다가 소년은 그 주인의 말을 더 이상 피곤하게 하지 말아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소년은 마차 위에 앉은 채 자기 짐을 어깨에 짊어졌다. 뮐러는 우리가 하느님께 어떤 문제를 맡기고는 자주 이 소년처럼 어리석게 행동한다고 말한다. 곧 그 무거운 짐을 계속 우리의 어깨에 메고 가는 것이다. 일단 하느님께 맡긴 문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