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


 

교회는 새 해날부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을 거행하며 성모님을 공경합니다. 그것은 인류 역사 상 가장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 성모님이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건강과 경제적인 안정과 세상의 평판을 복()이라 생각하고 그것들을 빌어주지만, 성모님은 그런 것들을 넘어선 최고의 복, 축복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품었습니다. 만약 우리가 성모님처럼 세상의 복이 아닌 하느님을 품는다면,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갈라 5,22)를 누릴 것이고 그 향기가 내 가족과 이웃에게 두루 퍼져나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품고 하느님을 낳을 수 있도록 빌어줘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은 천주의 모친이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뜻이죠. ‘하느님의 어머니란 칭호는 성모님께 드리는 극존칭인데, 알고 보면 이 칭호는 성모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성모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어머니이시다는 말은, ‘성모님께서 낳으신 아기 예수님이 하느님이시다는 신앙고백인 것입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어머니란 칭호는 분명히 성모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님께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품으신 성모님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가능케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 안에서 새로운 만남들이 엮어집니다. 따라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하느님을 품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성모님께 다가서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느님을 발견한다는 측면에서 루카복음 2,15-21절의 등장인물들을 눈여겨봅시다. 목자들, 마리아, 요셉, 아기 등 하나같이 보잘 것 없는 인물들이죠.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실 때 택했던 인물들이란 이렇듯 보잘 것 없는 인물들, 일명 변두리 인생이었습니다.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회가 새 해 첫날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올 한 해 우리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걸 가르치는 것입니다. ‘를 눈여겨봅시다. 밤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 곁에 오신 것은 일명 잘나갈 때가 아니라, 상처받고 소외되고 캄캄한 어둠일 때였습니다. 죄와 죽음의 그늘 속에 앉아 있는 우리에게 생명의 빛을 주기 위해서 빛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밤에 태어나셨습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주목해 봅시다. 목자들은 천사의 말을 듣고 자신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베들레헴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처럼 메시아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야 합니다. 곧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이해하고, 새롭게 듣고, 새롭게 만나는 법을 익혀야 하지요.

 

성모님은 비천한 목자들의 말이라고 해서 흘려듣지 않고 마음 속 깊이 간직하셨습니다. 바로 이런 태도가 메시아의 만남을 깊게, 또 새롭게 합니다. 올 한 해 우리도 구유 주변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끊임없이 관상(觀想)하셨던 성모님을 본받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도 하느님의 자녀(갈라 4,7)라고 불릴 것입니다